기후변화는 인간보다 생태계가 먼저 감지한다. 기후에 따라 재배되는 식물이 다르고, 수온이 변하면서 한반도 주변 해역에 서식하는 어종의 종류도 바뀐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온대 지역에서 재배되던 과일과 채소는 점차 사라지고, 아열대기후에 적응하는 식물의 재배가 점차 늘어나는 등 한반도의 농·어업 지도가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박민수(민주당) 의원이 25일 농촌진흥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1세기 말 한반도에서 고랭지배추를 재배할 수 있는 면적은 현재 130만ha에서 4000ha로 3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사과 재배면적도 48분의 1로 좁아진다.

반면 아열대 농수산물의 재배 면적은 늘어나게 되는데, 최근에는 중남미에서 나는 국화과 식용열매 아티초크나 남아프리카의 채소 오크라 등의 산지가 한국으로 바뀌기도 했다. 제수용품으로 사과가 아닌 아열대 과일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과수 산지도 빠르게 북상해 제주 특산물이었던 한라봉과 감귤이 충북 청주에서도 생산되고, 사과는 경기 포천, 강원 영월 등에서도 많이 재배되고 있다.

온난화는 수온에도 영향을 미쳐 어종도 바뀐다. 1980년대까지 동해에서 가장 잘 잡히는 생선 중 하나였던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2010년부터는 연간 어획량이 1t 정도로 떨어져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26년 이후 최저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찬물에 사는 낙지는 바다수온이 오르면서 올 들어 수확량이 대폭 감소했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의 연근해 어획량은 최근 30년 동안 6만2000t에서 11만7000t으로 약 90%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일부 농업센터는 본격적으로 국내에서 아열대 채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부산시 농업기술센터는 남부 지역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비가림하우스 재배방식으로 아열대 채소인 아티초크와 열대 채소인 인디언 시금치를 심어 지난봄 수확에 성공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