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구상)’에서 우리 정부가 관건으로 여기는 지역은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 관문인 한반도나 반대쪽 지역인 유럽을 잇는 거대구상은 결국 자원부국이자 거대한 대륙인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의 협력을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돼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유라시아 물류 네트워크 연결의 핵심인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건설, 유라시아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등의 실현을 위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에 많은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몽골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유지해 온 통상과 물류, 에너지, 개발협력, 문화 교류를 한층 더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때에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북한이라는 ‘병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각국 정부는 물론 전문가들과 함께 국제 세미나와 공동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중앙아시아 및 러시아의 견인은 다른 한편으론 ‘북한 병목’ 현상 해소용이기도 한 것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북한 문제 해결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럽 각국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유라시아 물류 통합과 단일시장 형성 등으로 얻을 수 있는 공동의 경제적 이익이 막대하다는 점을 고리로 각국의 관심을 끌어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흐름에서 22일 한·폴란드 정상회담, 오는11월 2∼8일 프랑스·영국·벨기에·유럽연합(EU) 등 서유럽 순방, 11월 중순 한·러시아 정상회담 등 유럽 국가들과의 잇단 정상외교를 통해 자신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뒷받침할 후속 조치들을 구체화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신성장 동력 확충, 문화 및 인적 교류 확대 등 당장 실현 가능한 주제들로부터 논의를 시작해 물류 통합과 단일시장 형성, 평화 정착 등 핵심 과제들로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큰 틀의 비전과 전략은 제시한 만큼 분야별로 후속 조치를 구체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미 예정이 돼 있거나 조율 중인 유럽 국가들과의 정상외교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