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건에 대해 광주지법을 비롯한 전국 12개 지방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이 ‘당내 경선에는 선거 4대 원칙 준수의무가 없다’며 무죄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법원 내부에서조차 “국민의 법 감정을 거스를 뿐만 아니라 법 안정성을 해치는 판결”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검찰이 업무방해 혐의로 총 460여 명을 기소한 통진당 부정경선 사건과 관련, 전국 각 지법은 13개 재판 중 12개에 대해 ‘선거 4대 원칙’을 위반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 6월 28일에는 부산고법이 같은 사안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항소심 사건도 유죄가 났음에도 중앙지법만이 지난 7일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부산지법은 앞서 1월 24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원 A(여·52) 씨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에 대해 부산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6월 28일 결심공판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해 같은 형량을 유지했다. 당시 부산지법과 부산고법의 판결문에는 “헌법에 따라 모든 선거는 선거의 직접, 평등, 비밀보장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대리 투표를 할 수 있는 다른 명시 규정이 없으면 대리 선거는 불법”이라며 “당연히 일반 선거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이에 앞서 2월 인천지법은 대리투표 혐의로 기소된 통진당원 오모 씨와 홍모 씨 등 2명에게 각각 벌금 70만 원과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중 오 씨는 지난달 대법원의 상고기각 결정으로 벌금 70만 원을 확정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오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적법한 상고 이유를 주장하지 않아 판결이 아닌 결정으로 기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광주지법을 비롯해 대구지법 등 1심 재판부는 “(통진당) 당규에 대리투표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더라도 헌법에 규정된 선거의 원칙은 선거제도를 지배하는 기본원리로 선거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만큼 대리투표는 대의민주주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취지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각 지방 1심 재판부는 물론 일부 지방 항소심 재판부도 통진당의 대리투표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훼손한 행위라고 결론내렸음에도 중앙지법만이 ‘대리투표가 허용이 된다’는 식의 판결을 내린 것은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드는 일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1심 재판이 계류 중인 울산지법과 창원지법의 판결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법원 내부의 반응이다. 한 재경지법 부장판사는 “(중앙지법 판결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2·3심 판결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박정민 기자·전국종합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