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 기업 대상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강화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무조사 대상 선정 기준이 모호하고 세무조사 절차, 정보 비공개 등이 납세자인 기업의 권익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무조사 현황 및 개선과제’ 설문조사에서 최근 정부의 세무조사 강화에 대해 전체의 90%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된 것은 현행 세정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료요구 정도, 조사기간, 법 해석 등에서 과도하다는 것이 기업들의 정서인 것이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많은 기업이 세무조사 방식 자체가 과도한 부분에 대해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세무조사 방식에 대해 조사 대상 선정의 객관성 부족, 세무조사권 남용 가능성에 대한 규제 미흡을 대표적인 문제로 꼽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2003년 조사사무처리 규정을 개정해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조사대상선정심의위원회’를 설치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조문에 세무조사 남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남용에 따라 실시된 세무조사의 효력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사회적인 ‘외부요인’에 따라 세무조사가 실시될 여지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재계에선 세무조사의 정보 공유 수준을 높이고 납세자(기업)의 권익을 보호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세무조사 시작 전에 납세자 헌장을 교부하고, 세무조사의 사유·기간 등을 납세자에게 직접 고지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지난 9월 25일 국회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세무조사 투명성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 김상겸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은 “정보 공유 수준을 높여야 하고, 편하게 조사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