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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4일 시작되는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업인 증인채택을 놓고 일부 의원실의 ‘물밑 거래’ 시도가 포착되는 등 국감장이 기업인을 상대로 한 ‘장사판’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11일 “한 의원실이 회사 사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 데 대해 우리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의원실과 접촉하자 증인신청 명단에서 사장을 빼주는 조건으로 상당한 액수의 후원금을 요구해 일단 거절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B기업 관계자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증인신청을 해놓은 뒤 (정치후원금 지원 등) 향후 협조 의사를 보이는 기업은 빼주고, 그렇지 않은 곳은 더 강도높게 군기를 잡는 등 의원실의 ‘국감 장사’와 기업의 ‘로비’가 맞물리면서 복마전 양상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는 “국감 증인 대상에서 빼주는 작업을 대행하는 법무법인도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C기업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법무법인의 경우 기업들로부터 한 명당 평균 5000만 원의 위임료를 받고 국감 증인 대상에서 빼주는 작업을 대행해준다는 말이 확 퍼져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및 경제단체 관계자 수는 10일 현재 196명으로, 지난해 164명에 비해 20% 늘어났다. 사상 최대 규모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3개 상임위에 ‘겹치기 출연’한다. 해당 기업들은 “증인이 많아 제대로 답변할 기회도 없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국감장에 나가 있어야 한다”면서 “기업경영에 차질을 빚을 정도”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D기업 관계자는 “지금 국회 의원회관에 가면 기업 관계자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무차별적으로 기업 증인을 신청한 후 대표나 오너를 상대로 ‘망신주기’를 할 기세여서 의원이나 보좌관을 만나 사정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 관계자들은 국감을 앞두고 주말을 반납한 채 현장근무를 하는 등 비상이 걸린 상태다.

기업인들은 특히 올해 국감에서 경제민주화 등의 시류에 편승해 기업 줄세우기 경향이 더 심화됐다고 성토하고 있다.

E사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국감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기업 증인을 부르는데 올해는 시작하자마자 기업 증인을 부를 태세”라면서 “국감 증인 명단만 흘려 놓고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질의할지도 전혀 알려주지 않아 과연 증언을 듣기 위해 신청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