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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과거와는 달라진 안보환경을 강조함으로써 재연기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협의 과정에서 이미 두 나라 사이엔 재연기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내용적 합의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됐던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미국은 ‘한국이 자주적인 방위역량이 확보될 때까지 보완능력을 제공한다’고 밝힘으로써 전환 시점에 대한 논의는 재연기론을 바탕으로 오는 연말에 계속될 전망이다.

2일 SCM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에 대해 논의했고, 전작권 전환 조건과 검증 계획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국방부가 이날 밝혔다. SCM 공동발표문을 통해 양국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 체계적으로 이행돼 연합방위태세가 강력하고 빈틈없이 유지되도록 보장해 나가는 데 있어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과 ‘전작권 전환 검증 계획’(OPCON Certification Plan)이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양국이 전작권 전환의 체계적 이행을 명시하면서도 그 ‘조건’을 굳이 강조한 것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등 외부적인 안보 환경의 변화를 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공동발표문에 따르면 양국 장관은 최근 심각해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유동적인 한반도 안보상황에 특히 주목하면서 연례 SCM과 MCM(한·미군사위원회)을 통해 ‘전략동맹 2015’의 이행을 평가하고 한반도 안보상황을 주기적으로 평가·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 장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군사적 대응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헤이글 장관은 공동발표문에서 “미합중국은 대한민국이 완전한 자주 방위역량을 갖출 때까지 구체적 보완능력을 계속 제공할 것이며, 또한 동맹이 지속되는 동안 미 측의 지속능력을 제공한다는 미합중국의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전작권 행사를 뜻하는 ‘완전한 자주 방위 역량’의 구체적 시점이 제시되지 않고 미국이 보완능력과 함께 지속능력을 계속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준비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면, 현재와 같이 미군 주도의 한미연합사 체제가 유지됨을 뜻한다.

두 나라가 전작권 전환 조건으로 강조한 내용은, 그동안 김 장관이 강조해온 전환 연기 조건과 맥을 같이 한다. 김 장관은 지난 8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 미 국방장관을 만나 전작권 전환 연기의 조건으로 ▲전작권 전환 합의 당시의 안보상황과 현 안보상황에 대한 재평가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 측 대응수준에 대한 평가 ▲전작권 전환 시 한국군 능력을 들었다.

올해 초만 해도 군 당국은 전작권 전환 수행과제를 완수한다는 전제 하에 한·미 미래연합지휘구조를 강조해 왔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면서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비중을 두고 SCM을 준비해 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