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공식 서명한 ‘북한 핵·대량파괴무기(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 전략’은 북핵과 WMD에 대응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단계별 대응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은 조약으로 합의된 것도 아니고 1978년 SCM 때부터 한·미 간 공동발표에 의해 매년 확인하는 정도의 추상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한·미가 SCM에서 ‘별도문서’로 승인한 맞춤형 억제 전략은 북한의 핵과 WMD 공격에 대한 단계별 대응전략을 한·미가 작전계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실행전략화하며, 그것을 문서화하고 실효성을 담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일 두 나라가 SCM 공동성명을 통해 표면적으로 규정한 북의 위협은 ‘전·평시’로 단순하게 구분돼 있지만, 실제로 두 나라는 ‘위협 단계’ ‘사용임박 단계’ ‘사용 단계’ 등 3단계로 구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용임박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는 유엔 헌장 51조에 규정된 ‘자위권’ 개념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북한 핵과 WMD의 급박성·중대성이 있고, 다른 대응 수단이 없다는 점, 비례성의 원칙 등에서 예방적 자위권(자위적 선제공격)의 불가피성을 적용하기에 충분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한국은 유사시로 판단될 경우 사거리 300∼800㎞ 탄도미사일, 사거리 500∼1000㎞ 미사일, 미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사용해 선제타격이 가능해졌다. 군방부 및 군 관계자들은 “유사시란 곧 ‘핵 사용 임박 단계’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두 나라가 이처럼 합의한 배경엔 북한이 언제든 핵을 무기화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국방부는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보고자료에서 “2010년까지는 개발·실험 수준이었으나 2013년 현재는 언제라도 핵을 무기화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실제적 위협으로 발전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한·미 양국이 지난해 미국에서 개최한 제44차 SCM에서 맞춤형 억제전략을 2014년까지 완성키로 했으나 1년 앞당긴 것도 이 같은 평가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