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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예방교육이 형식에 그쳐서는 직장이나 학교 등에 만연한 성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근절하기 어렵습니다.”

백미순(사진)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2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성범죄 예방교육이 제도화된 점은 바람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운영되는 것을 보면 1년에 1회, 1시간 정도 교육받는 데 그쳐 형식화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 소장은 “1차적으로 예방교육이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에 제대로 실시돼야 하는데 일부 대학 등에서 이수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아예 실시하지도 않는다고 나타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차적으로 예방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단순히 시간이나 횟수를 늘리는 차원에서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조직 내 문화를 어떻게 바꿀지 대책을 마련하고,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은 각 기관의 정책결정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백 소장은 예방교육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직장의 사례를 들면서 “가해자가 징계를 받거나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늘어나면 직원들이 경각심을 가질 텐데, 지금은 피해자가 괜한 걸 가지고 문제를 일으켰다는 그릇된 시각이 많아 분위기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신고를 하거나 진정을 제기하면 주변 동료들로부터 ‘조용히 해결하지 신고까지 했다’며 오히려 왕따를 당해 2차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백 소장은 아울러 “일반인들 사이에 성폭력은 굉장히 중한 것이고, 성희롱은 단순한 음담패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직장이나 대학 동아리 등에서 성적 농담을 통해 분위기를 띄우거나 친목을 도모하려는 잘못된 생각을 버릴 수 있도록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처럼 제도화된 예방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는 한편 당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소장은 “성범죄는 대체로 직장 상사나 대학 선배 등으로부터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해자가 정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으면 ‘좋으면서 괜히 내숭 떤다’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거부 의사를 확실히 표시하고, 그래도 안 될 경우 고충처리기관에 신고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