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거치는 동안 해결해야 할 큰 짐이 오히려 늘어났지만 후반기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놓은 ‘경제 살리기’와 ‘민생 챙기기’ 행보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 논란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 무산, 복지 공약 후퇴 논란 등까지 겹쳤지만 ‘경제·민생 제일주의’라는 원칙론 아래 난국을 ‘정공법’으로 돌파할 것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연휴가 끝난 뒤 첫날인 23일 아무런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지만 정부 부처와 청와대 참모진으로부터 각종 보고를 받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박 대통령은 연휴 기간 중에도 내내 청와대에 머물며 국정운영 구상을 가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초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 + 3 정상회의’ 참석차 1주일 이상 해외 순방에 나서야 하는 만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올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특히 집중해온 경제살리기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주 중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수출 및 기업 투자 확대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정책들을 재점검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반기 경제 활성화가 (대통령의) 모든 관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추석 연휴기간에도) 각종 보고서와 현황 자료들을 읽고 구상을 가다듬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베트남 방문에서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들을 꼼꼼히 점검하는 한편 다음달 해외 순방 준비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주 발표될 예정인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경제 활성화 기조에 맞게 편성됐는지 따져보고 예산안 시정 연설 준비, 예산안 처리 대책 마련 등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일정들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의 민생·경제 현장 방문 일정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진찍기용 시찰이 아니라 현장의 국민과 기업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현장 중시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행보는 정쟁의 한복판에서 한 발 비껴나기 위한 시도인 동시에 야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