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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돈 / 존 암스트롱 지음, 정미우 옮김

◆ 인생학교-돈 =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스펙터클한 힘. 돈은 우리 삶을 짓누른다. 저자는 돈에 대한 근심과 인생의 행복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아주 심각한 현실이라고 역설한다. 그는 자신의 경제상황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독자들과 마음을 열고 함께 고민을 나눈다. 돈의 문제는 ‘감정 조절’의 문제다. 소비활동은 오르가슴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짜릿함을 안겨준다. 우리가 돈에 매이게 되는 이유다. 돈은 심리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어떤 사람은 돈을 신격화하고 어떤 사람은 돈을 사악한 존재로 치부한다. 물론 가치가 돈의 양적 개념에 좌우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돈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본심이다.

“돈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긴장, 불확실성, 혼란은 인생을 산만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위대한 테마다. 우리가 실망한 것에 대해 캐내기, 우선 순위를 놓고 어려운 결정 내리기, 독립적인 사람이 되기, 고난을 극복하기,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지금 당장의 즐거움을 뒤로 미루기…, 이런 것들은 돈 때문에 벌어진 불행한 상황이 아니라 성숙한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상적 롤 모델은 볼프강 폰 괴테다. 그는 돈에 무관심하지도 않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의 경험담을 읽어보면 그가 보수 문제에 대해 얼마나 단호했는지 알 수 있다. 책에 따르면 괴테의 첫 번째 소설은 아주 인기가 좋았지만 부당한 저작권법 때문에 돈을 벌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더 유리하게 계약을 맺었다. 그는 재정을 처리하는 데 아주 능숙했기 때문에 모든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기록했다는 것. 그럼에도 돈과 돈 걱정은 그의 내면을 지배하지 못했고, 놀라운 섬세함으로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한 글을 썼다.

살면서 돈에 대한 판타지에 빠질 때가 많다. 만약 1조3000억 원의 돈이 생긴다면? 궁전과 멋진 정원이 딸린 집이 생긴다면? 저자는 이런 상상은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는 일종의 현실도피 놀이라고 말한다. 갖고 싶은 집에 대한 각자의 상상은 행복한 삶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하지만 저자는 판타지와 질투심 사이의 거리감을 존중하라고 충고한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감탄하고 열망하는 것들로부터 가장 훌륭하고 고차원적인 영감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한다.

예진수 기자 jiny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