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이후 음원이 새로운 대중음악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보이 그룹과 걸그룹 음악에 대한 소비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음반 판매에서는 보이 그룹, 음원 판매에서는 걸그룹이 호조를 보이는 ‘양분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최근 두 달 동안 각종 음원 차트를 보면 씨스타, 브라운아이드걸스, 에프엑스, 투애니원, 다비치 등 걸그룹이 상위 10위권에 대거 안착하며 선전하고 있다. 반면 오프라인 음반 매장에선 보이 그룹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 같은 기간 가온 앨범 차트에선 인피니트, JYJ의 김준수, 엑소 등이 앞다퉈 상위권에 포진됐다. 특히 엑소는 데뷔 음반 ‘엑소엑소’로 30만 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해 보이 그룹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대중음악계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보이 그룹은 왕성한 소비 욕구를 가진 팬덤을 기반으로 하는 데 비해 걸그룹은 폭넓은 대중성을 바탕으로 하는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충성도 높은 여성팬이 상대적으로 많은 보이 그룹은 음반을 통해 ‘소장 가치’ 욕구를 강화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승부하는 걸그룹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음반 구매 같은 특별한 애착을 보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보이 그룹과 걸그룹의 각기 다른 소비 행태는 홍보 전략에도 차이를 가져왔다. 보이 그룹은 팬 사인회 등을 통해 음반 판매를 더욱 촉진하기도 하고, 팬덤이 수요를 보장하는 만큼 단독 콘서트도 자주 연다. 보이 그룹을 중심으로 음반 판매의 사전 예약 판매량이 발매 후 판매량을 웃도는 새로운 현상도 이 같은 전략의 결과다.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도서에 따르면 김준수의 2집은 예약 판매량이 발매 후 판매량보다 2.5배 많았다. 인피니트의 ‘데스티니’는 2.1배, 지난 5월 신화의 11집 ‘더 클래식(THE CLASSIC)’은 무려 6배나 많았다.

이에 비해 걸그룹은 대중적 인기를 위해 각종 방송 활동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에프엑스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송 무대를 먼저 보면 음악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 있다”며 “노래를 들으며 무대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마케팅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비 경향은 TV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음원이 순위 산정 기준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보이 그룹은 “음원이 모든 잣대가 아니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한 대중음악 평론가는 “보이 그룹은 팬덤의 보호로 변화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지만, 팬덤이 부족한 걸그룹은 곡이나 캐릭터 설정에 승부를 걸지 못하면 쉽게 외면받는다”고 지적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