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은 해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번식하고 있지만, 그만큼 생존율에 대한 리스크도 높다. 한 해 평균 30개 가까운 아이돌 그룹들이 쏟아지지만, 이 중 최소 3분의 1은 소리 없이 사라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2005년 이후 동방신기 붐을 타고 쏟아진 각종 아이돌 그룹 중 아시안러브, 오렌지, 허니보이즈, 디카프리오, 미소, 비오엠 등은 모두 해체 수순을 밟았다.

그룹을 만들어 놓고도 온라인 음원 차트 100위권에 진입하지 못할 경우 위기는 더 가파르게 다가온다. 2005∼2013년 7월 음원 사이트 멜론의 주간 차트 100위권 진입 여부 상황을 보면, 차트에 진입하지 못한 아이돌 그룹들이 대부분 잊어지거나 해체됐다. 차트 미진입 아이돌 그룹은 2005년 5개, 2008년 12개, 2011년 9개 등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그룹들은 현재 활동을 하지 않거나 휴식기를 갖고 있고, 개인 멤버가 따로 나와 다른 그룹으로 옮겨 활동하는 식이다.

아이돌 그룹이 47개로 가장 많이 생산됐던 지난해, 미진입 차트 아이돌 그룹 중 유일하게 주류로 진입하며 왕성한 활동을 보인 그룹이 크레용팝이다. 잭팟, 익사이트, 타임즈, 제이제이프로젝트 등은 활동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잊어졌다.

한 중견기획사 대표는 “아이돌 그룹 붐이 일면서 소위 ‘장사’를 위해 음악이 아닌 이미지용 그룹들이 대거 쏟아진 적이 있다”면서 “모델 출신과 가수 지망생이 섞인 그룹들이 탄생하면서 음악적 질이 떨어졌고, 정체성도 약화되면서 다른 그룹과의 경쟁력에서 뒤처졌다”고 설명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