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진영이 갖고 있는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젊은 보수’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 진영이 ‘꼴통’으로 인식되다 보니 젊은층에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 그나마 최근 증가하고 있는 젊은 보수도 보수 진영의 꽉 막힌 위계질서 속에서 뒤로 숨고 있는 상황이다. 건전한 보수층을 넓히기 위한 재생산구조가 전혀 가동되지 못하는 것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수 진영이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이념적 매력도, 정책도 내놓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보수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보수 진영이 그간 젊은층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돈(법학) 중앙대 명예교수도 이명박정부 출범 즈음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젊은 세대에 한국의 보수주의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학 캠퍼스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을 교육하는 아카데미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의 재생산 구조는 열악한 수준이다. 그나마 존재하는 젊은 보수가 활동할 공간도 여의치 않다. 김기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팀장은 “인터넷은 진보 진영이 다수를 점하고 있고 교육계, 문화예술계 등 문화권력을 좌파가 장악해 젊은 보수가 설 곳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기구인 청년위원회에 소속된 한 위원은 “아무래도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밝히기 힘들다”며 “젊은이들 사이에서 보수가 죄악시되는 것은 어찌 보면 부패로 상징되는 보수 진영의 업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젊은 보수의 ‘마이너 의식’은 여성과 호남에 대한 비하 등이 주요한 특징으로 제기되는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일베)’ 등으로 왜곡돼 나타나기도 한다.

결국 보수 진영이 젊은 보수 우파를 키워내는 정치적·사회적 지형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 지방 국립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의 이준석 전 비대위원, 손수조 당협위원장 등이 주목받는 모습은 긍정적이었다”며 “진보 진영에서 학생운동 등을 통해 리더십을 키운 ‘젊은 진보’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처럼 보수 진영에서도 젊은 층에서 보다 현실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투표 경향에서도 젊은 보수의 증가가 눈에 띈다”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보수가 이들을 얼마나 건전한 보수 세력으로 키워낼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