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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소변이 급해지고 참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물론 면접시험 등을 앞두고 생긴 긴장감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시도 때도 없이 자주 일어난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봐야 한다.

과민성 방광이란 방광 감각이 너무 예민해져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방광근육이 수축하는 질환이다. 방광 용량은 보통 200∼400㏄ 정도다. 그런데 방광감각이 예민해지면 소변이 조금만 차도 요의를 느끼게 된다.

과민성 방광에는 흔히 주간에 소변을 자주 보러 가는 빈뇨 증상과 야간에 잠자리에 든 이후에 소변을 보기 위해서 깨게 되는 야간 빈뇨 증상이 동반된다. 심한 경우에는 화장실 가기 전에 나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절박성 요실금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으나, 나이가 들수록 발생 확률이 증가한다. 대개 반복되는 요로 감염, 과체중이나 지방이 많이 함유된 서구화된 식습관, 음주나 카페인 섭취, 너무 짜거나 맵게 먹는 식습관, 그리고 흡연도 과민성 방광의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2012년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역학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남성의 16%, 여성의 17%가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75세 이상에선 남성의 42%, 여성의 31%가 과민성 방광 증세를 보여 오히려 남성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과민성 방광은 당뇨나 고혈압 등 다른 질환과 동반 시 삶의 질을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폐경기 이후의 여성에게 과민성 방광은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고, 또 야간 빈뇨로 인한 수면부족은 직장생활을 비롯한 사회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고령 환자들은 야간에 화장실을 출입하다 심심찮게 낙상 등의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 증상이 의심될 경우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소변이 평소보다 잦아지는 증상은 과민성 방광 외에도 방광염,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요도염, 만성 신부전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과민성 방광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질환의 경중에 따라서 약물치료부터 수술까지 다양한 치료방법이 동원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생활습관 변화를 통한 증상 개선이다. 특히 지나친 염분 및 카페인 섭취를 억제하고 금연과 체중 조절, 적절한 운동 등을 실천해야 한다. 또한 만성 변비가 있는 환자의 경우 이를 개선함으로써 증상 완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잘못된 배뇨 습관을 교정하는 방광 훈련 역시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 먼저 소변보는 시간과 양을 스스로 기입하는 배뇨일지로 잘못된 배뇨 습관을 환자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한 배뇨시간을 정해 현재 배뇨습관에서 15∼30분 정도 배뇨 간격을 늘린다. 이를 꾸준히 실천하면 3∼4시간 간격으로 배뇨활동을 조절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골반근육운동도 좋다. 항문을 조이면서 골반을 수축하고 이완하는 것을 반복하여 골반근육을 강화시키는 케겔운동이 나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려고 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과민성 방광의 약물치료에는 방광의 민감도를 저하시키고 소변의 저장기능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하는 항콜린성 약물이 일차적으로 사용된다. 국내에는 여러 종류의 항콜린성 약물이 있는데 환자의 증상 정도나 동반질환의 유무, 그리고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서 약을 선택하게 된다. 부작용으로 입 마름 증상이나 변비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 받아야 한다.

오철영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과민성 방광은 그 어느 질환보다도 조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므로, 소변보는 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이 들 때는 주저 없이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