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은 국내 생산 물량을 해외로 내쫓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현대자동차 임원), “외국 경쟁업체들이 여름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생산량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는데, 현대차는 오히려 경쟁력을 끌어내리고 있다.”(이항구 자동차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

14일 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쟁위 발생(파업) 찬반 투표를 통과시키며 파업 수순에 돌입한 것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사측은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국내 생산 물량 부족분을 해외 생산공장에서 만회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노조 파업과 올 상반기 주말특근 미실시에 따른 손실이 막대한 상황에서 또다시 파업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과 잔업 거부 등으로 8만2088대(1조7048억 원)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올 상반기에는 노조의 주말특근 미실시로 전년동기대비 생산량이 7.1%(6만9971대) 감소하면서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7% 하락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노조 파업 등으로 6만2890대(1조348억 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고, 올해도 주말특근 미실시 등으로 국내 공장 생산량이 3.9%(3만2934대) 감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고객들은 현대·기아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 공장을 풀 가동해서라도 공급량을 채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영석(경영학) 한남대 교수는 “노사 갈등으로 국내 생산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용 유지를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이거나 임금을 동결 또는 깎아야 하는데 일자리도 보장하고 임금도 올려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가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데에는 노조의 요구안 중에 불합리한 것들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조는 ▲상여금 800%(현 750%) 지급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대학 미진학 자녀의 취업 지원을 위한 기술취득 지원금(1000만 원) 지원 ▲노조간부의 면책특권,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유병권·강승현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