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올 상반기 ‘경제민주화’에 치중하는 동안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일명 ‘경제살리기’ 법안들은 줄줄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대표적인 ‘경제살리기’ 법안은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손자회사가 외국기업과 합작으로 증손회사를 만들 때 보유 지분율을 현행 100%에서 50% 이상으로 완화해 외국기업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하지만 재벌 봐주기라는 반대 논리에 부딪혀 처리에 실패했다.

국내 기업 두 곳이 이미 외국 회사로부터 1조1000억 원대 투자금을 유치해 2조3000억 원대 합작회사를 만들려고 준비 중인데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해외자금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 전용 시장인 코넥스(KONEX) 시장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도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또 다른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꼽힌다.

코넥스는 코스닥 상장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제3의 주식시장이다. 발의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코넥스에 상장한 지 2년이 안 된 기업에 투자하면 양도차익,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업인의 경영 행위에 적용하는 배임죄를 완화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어떠한 이해관계를 갖지 않고 상당한 주의를 다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선의로 믿고 경영상의 결정을 내리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하더라도 의무의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이사가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을 때 손해에 따르는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해 ‘배임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민주당과 함께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에 집중하던 새누리당의 경제정책 기조는 6월 임시국회가 끝난 후 ‘경제살리기’로 급선회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역시 말뿐이고 구체적인 결과물은 없다.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42개월 만에 고용률이 감소했다는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외국인투자촉진법, 코넥스 조세특례제한법 등의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