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동안 ‘경제민주화’에 뜨거운 열의를 보였던 국회가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경제살리기 입법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재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파행 등을 이유로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는 등 여야가 정쟁에 빠져들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입법 논의는 실종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일 국회와 경제계에 따르면 해외 자금의 국내 투자 유도를 위한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수직 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중소기업 전용시장인 코넥스시장 투자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은 하반기 ‘경제살리기’를 위해 시급히 통과시켜야 할 법안으로 꼽히고 있지만 국회의 외면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경제살리기의 키를 쥔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을 담은 소득세법이나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도 하루 빨리 처리돼야 할 경제살리기 법안들로 분류되지만 ‘부자를 위한 입법’이란 일부 의원들의 반발로 여전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경우 현재 2조3000억 원 가량의 해외 자금이 투자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가 최근 입법 예고한 상법 개정안은 주요 그룹 계열사 경영권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되지만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민주화 주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향후 투자 활성화 정책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피력한 데 이어 재계와 정부에서 경제살리기 입법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최근 정부의 ‘경기활성화’ 전환에 반대하는 기류가 여전하고, 야당은 하반기 정기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정식(경제학) 연세대 교수는 “정쟁으로 장외 투쟁까지 하고 있는 마당에 국회에 경제살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경제살리기 법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를 명분으로 도입한 각종 규제 독소 조항을 철폐하는 것도 경제살리기를 위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