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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 133㎡ 아파트 전세가 1억3000만 원인데 절반도 안 되는 59㎡가 1억5000만∼1억6000만 원입니다. 중대형의 경우 대출이 많은 데다 관리비 문제로 그나마 수요가 없습니다. 한마디로 ‘깡통 전세’죠.”

31일 오전 경기 파주시 와동동 공인중개업소 유리창에는 ‘전용면적 133㎡ 전세 매물 1억3000만 원’이라고 쓴 종이가 붙어 있었다.

공인중개사 박모(45) 대표는 “서울 등은 전세 품귀 현상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나와 있는 물건이 많다”며 “대출금이 많은 중대형 매물이 나와 있지만 한마디로 ‘융자 많은 부실 매물에 관리비 문제’로 계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둘러본 경기 고양시 식사지구, 인천 서구 청라지구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식사동 한 아파트의 경우 85㎡의 전세가가 3억 원인데 100㎡의 전세가는 1억80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찾는 이가 없어 빈집이 많았다. 이 일대는 전세물건이 대부분 중대형 면적이었다.

인천 청라신도시도 142㎡의 전세 물건이 1억3000만 원에 나와 있는데 찾는 이가 없었다. 60∼84㎡대보다 전세가가 낮았지만 수요가 없는 것이다. 이곳에서 공인중개업소를 하는 김모(38) 씨는 “정부에서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낮은 값으로 전세를 준다는데 시세 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대형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갈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수도권 전세시장이 장마와 휴가철이 낀 비수기임에도 가격역전현상이 심화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매매시장이 깊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전셋값 급등현상이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을 이사철인 9∼11월 성수기 전세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전세시장이 이처럼 전례 없이 요동치는 것은 정부의 주택 수급 대책이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난 대책으로 내놓은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방안 등이 현실과 동떨어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전문가들은 전세난 해법으로 전세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릴 수 있는 제도와 인센티브 제시를 주장하고 있다. 우선 위약금 없는 ‘분양조건부 전세’(전세로 살아본 후 시세와 상관없이 전세계약 당시 합의한 가격으로 분양받는 것) 제도 도입 등 주택 매입 수요를 진작시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취득세 영구 감면을 조속히 추진하고, 수도권에 적용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규제 완화, 건설사들의 미분양주택 임대사업이 가능하도록 제도 마련 및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단기간에 민간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유주택자들의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유도해야 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종합부동산세 손질 등 세제 개편이 조기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순환·강승현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