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택 전세시장이 극심한 왜곡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주택 수급 불균형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여기에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고 전세 대신 월세 증가, 세금 증가, 저금리, 인구 변화에 대응한 주택 정책 미숙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31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셋값 급등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내집 마련 수요자 등 매수 대기자들이 집값이 오른다는 기대치를 접으면서 전·월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10월 이후 집값이 하향세를 유지하면서 주택매매 비용, 거래세,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내야 하는 매매 수요자들이 주택을 보유하겠다는 욕구를 느끼지 못해 전셋값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저금리 장기화도 한몫하고 있다.

한 부동산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기존 전세주택이 월세시장으로 급격히 넘어가는 데다 매수 대기수요자들이 매매보다 전세 재계약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셋값 상승은 인구 변화와 자동차 보유를 감안하지 않은 정부의 주택정책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베이비붐(1055∼1963년 출생) 세대 자녀들이 결혼하는 시기에 2∼4인용 주택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 못했고, 자동차 보유에 따른 주차장 수요 증가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주차장이 태부족한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1∼2인용 가구 늘리기에만 집중했는데 올해 현재는 공급과잉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주택가격 급등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도 민간 임대주택 공급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집값은 안 오르는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등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할 경우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상품 증가로 수요자들이 전셋값이 상승해도 매매에 나서지 않는 것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중 은행권 전세자금 대출은 2010년 6월 말 11조6000억 원에서 2013년 3월 말 기준 24조6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