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도권 전세시장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으나 당장 새로운 대책을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셋값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는 방안, ‘목돈 안 드는 전세대출 제도’ 등 기존 전세 대책의 시행 과정을 지켜본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31일 국토교통부와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급등하고 있는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하반기에 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1만6000여 가구를 매입해 전세로 공급하고, 세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상품을 4%대 금리로 8월중 한시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또 ‘4·1 부동산종합대책’에서 내놓은 주택바우처(저소득층 임대료 보조) 제도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대다수 물량이 중대형(약 1만2000여 가구)인데다 김포, 파주, 용인시에서도 외곽에 있어 이를 매입해 전세로 공급한다고 해도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 지역 중대형 아파트 전셋값이 소형보다 낮은 가격임에도 빈집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 제도도 현실성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집 주인이 세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자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지원하겠느냐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 대출을 받느니 다른 세입자를 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정부 대책이 현재의 전세값 급등 상황을 제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는 그러나 최근 전셋값 상승은 목돈 안 드는 전세 대출 등이 본격 시행되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행복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별도의 추가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일단 제도 시행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