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그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증발의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쟁을 끝내자”고 말한 뒤 친노·친문계 의원들도 일제히 출구를 고민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친노·친문 그룹이 이번 회담록 증발사태로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게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며, 당분간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24일 “회담록 증발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문재인 의원이고, 그다음이 친노 성향 의원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현재의 회담록 국면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친노·친문 의원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서는 3가지 시나리오를 예측해볼 수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현재처럼 ‘당 내 당’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와 ‘분당’ 수순을 밟는 방법, 아니면 독자세력으로서 소멸의 길을 걷는 경우다.

당내에서는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친노·친문 그룹은 해체 수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문 의원의 장악력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 의원이 회담록을 공개하자고 한 이후 대응책 마련을 위해 당 지도부가 문 의원 측과 접촉을 강화하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면서 “문 의원 측이 현안 대응능력에서 조직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박범계, 전해철, 홍익표 의원 등 일부 의원들만이 회담록 국면에서 문 의원과 접촉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친노·친문 세력이 일련의 NLL 논란에서 조직적으로 대응했다기보다는 문 의원 개인기에 의존하는 경향이 컸고, 회담록 증발 이후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결국 친노·친문계 전체에 나쁜 영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의원이 이번에 보인 정국 운영능력으로는 향후 계속될 시련을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분당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더욱 힘들다. 친노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세를 유지해야 그다음 총선을 바라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섣불리 독자행동을 감행할 수는 없는 구조다.

그렇지만 친노·친문 의원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거칠게’ 성장해온 이력을 갖고 있는 만큼, 새로운 대여 투쟁 전선이 형성되면 응집력을 발휘하면서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도 여전히 높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