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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부/법제처장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가장 널리 쓰이는 단어는 ‘행복’이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도 그 연장선일 게다. 모두들 행복한 삶을 바라고 있으며, 행복을 목표로 살아간다. 하지만 삶의 상처는 생기게 마련이고 또 그 상처를 치유받고 싶어한다. 결국, 행복이란 단어가 많이 쓰인다는 건 그만큼 행복한 삶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오늘은 1948년에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지 65주년이 되는 제헌절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제도적 뒷받침 속에서 국민이 행복하고 자신의 개성을 발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라는 주권자의 근엄한 명령이자 그러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공동체의 의지다. 따라서 모두가 바라는 행복을 실현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1776년 미국 ‘버지니아 권리선언’은 존 로크의 사상에 영향을 받아 ‘최선의 정부는 최대한의 안전과 행복을 형성해낼 능력이 있는 정부’라고 하여 국민의 안전과 행복이 국가의 목적임을 천명했다. 대한민국 헌법 역시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價値)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 행복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맞이하는 첫 번째 제헌절에 우리는 “헌법이 미국인들에게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다. 당신은 스스로 행복을 잡아야 한다”고 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보장할 헌법적 의무를 지고 있으며, 국민 역시 헌법정신에 따라 법을 존중하고 법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그동안 9차례의 개정을 통해 103개 조항의 제헌헌법이 오늘날 300개 조항으로 바뀌었지만, 유진오 박사의 제헌헌법에서부터 전해오는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의 실현,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수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우리가 겪고 있는 사회적 어려움과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과제 역시 ‘국민의 행복 실현’이라는 헌법의 궁극적 가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법과 질서가 확립된 국가를 만들어야 하고, 국민은 공동체의 약속인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과 능력이 사회로부터 온 것임을 인식해 사회를 위해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강조한 법과 시민적 덕성이 조화를 이룬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법제처는 정부입법을 총괄·조정하는 정부기관으로서 법과 제도가 이러한 헌법적 가치를 저해하지 않는지, 국민을 힘들게 하는 ‘손톱 밑 가시’와 같은 법령이 있는지, 복잡하고 어려워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법령은 없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도자기를 빚는 도공의 마음으로 한줄 한줄 규정들을 곱씹으며 법이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어려운 존재가 아니라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는 따뜻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1948년 무더웠을 그해 여름. 대한민국 헌법의 아버지들은 일제의 식민지로부터 갓 광복을 맞아 모든 것이 불안정하기만 하던 대한민국의 초석(礎石)을 놓음에 있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보장되는 나라, 그리고 외세로부터 자유로운 독립국가를 꿈꿨을 것이다. 2013년을 살고 있는 우리 역시 제헌(制憲) 헌법의 전문에 나타난 것처럼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결의’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65년이 지난 제헌절에 우리 후손들이 헌법의 가치를 가슴 깊이 되새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