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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무/한양대 교수·도시공학

요즘 주택시장(市場)을 보면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그 판단의 기초가 되는 각 기관이 내놓는 가격지수 역시 제각각이다. 이렇게 관련 가격지수의 움직임이 제각각이었던 적은 없다. 최근 가격이 오르고 있는 건지 내리고 있는 건지, 거래량은 줄고 있는 건지 늘고 있는 건지 도대체 판단하기가 힘들다. 월별 수도권 아파트가격지수를 살펴보면 국민은행지수는 올 들어서도 지속적인 하락세다. 반면 한국감정원지수는 지난 4월부터 약간의 상승세로 반전했고, 부동산114지수는 4월 반전 후 5월 다시 하락세로 바뀐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거래 사례를 이용한 국토부의 실거래가지수는 올 1월부터 이미 상승세로 돌아서 4월까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이렇듯 시장 상황에 대한 기초지표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저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지표를 근거로 시장 상황을 판단, 대책을 주문한다. 4·1 대책에 대한 효과와 그 약발이 다했다는 언론의 우려스러운 기사 역시 그런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4·1 대책의 약발이라기보다는 가격 전환점을 몇 달 지난 시점에서 4·1 대책이 발표됐을 수도 있다. 그만큼 지금 시장 상황은 불확실성이 크다.

거래량도 그렇다. 국토부에서 발표되는 월별 거래량 자료는 신고일 기준으로 집계된 자료다. 부동산거래 신고제도의 결함으로 실제 거래량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2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즉, 2개월이 지난 7월이 돼서야 5월에 계약된 거래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다만, 그 달에 거래하고 그 달에 신고하는 거래 건도 약 30%여서 당월 신고된 거래량을 비교하면 계약일 기준으로 거래가 늘고 있는지 줄고 있는지는 어림잡아 판단해 볼 수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5월의 거래량은 늘었다.

어쩌면 이는 취득세 감면 종료월 2~3개월 전부터 거래량이 급격히 늘었던 2012년 말 상황과 유사한 양상일 수 있다. 취득세 감면 종료를 시장에서 인지하게 되면 거래량이 줄어들 리는 없고 느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4~5월의 거래량 증가를 4·1 대책의 효과로만 보기도 찜찜하다. 또한 4·1 대책의 효과로 거래량이 늘었기 때문에 취득세 감면 종료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논리도 불안하다.

한시적인 조치는 말 그대로 시장의 정상화 이전 단계의 과도기적인 선택이다. 취득세 감면은 한시적인 조치로 영원히 지속할 수도 없고, 그리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나 높은 취득세율로 돌아가는 것 역시 국내의 거래세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점을 감안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요동치는 취득세를 지자체의 주 재정수입원으로 유지하는 세제(稅制)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재산세와 같은 대안적인 안정적 수입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직 장기적인 시장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와의 통합 등 굵직한 중장기 대책들은 가시화된 게 하나도 없다.

요즘 부동산중개사들이 보고하는 시세에 기초한 여러 가격지수들의 움직임이 제각각인 것을 보면 그동안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의 늪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실감한다. 시장이 안정적인 회복기로 접어들었다고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불안한 기대들이 혼재돼 있는 시장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시장 정상화 대책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인 조치들을 거둬들이는 게 불안하다. 시장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모멘텀이 필요하다. 지금은 앞으로 브레이크가 듣지 않으면 어떡하지를 고민할 때가 아니다. 일단 언덕에 걸쳐 있는 차를 내리막으로 확실하게 밀어줄 수 있는 모멘텀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밀어올린 내리막길로 다시 뒷걸음질 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