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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에는 식중독에 의한 장염을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균은 4도에서 60도 사이에 가장 잘 번식하며, 장마철 고온다습한 환경 역시 세균번식을 왕성하게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맘때는 비위생적인 음식이나 날 어패류 등을 섭취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음식을 섭취한 후 복통, 설사, 구토, 발열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을 식중독이라 한다. 식중독은 오염된 물,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하고, 계속 진행될 경우 장염으로 발전한다. 다시 말해 식중독과 장염은 유사한 소화기 질환인데, 식중독은 과정이고 장염은 결과라고 보면 된다.

장염에 걸리면 대개 음식 섭취 후 12시간에서 24시간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며, 늦으면 72시간 정도 후에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복통은 정확히 위치를 알 수 없는 묵직한 통증으로 시작해 배가 뒤틀리는 듯이 심하게 아픈 통증으로 진행된다. 아이들의 경우 평소와 달리 배앓이를 호소한다면 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설사는 적게는 2∼3회 정도에서 많게는 10여 회를 넘길 때도 있다. 소장이 감염되면 변에 코와 같은 점액이 별로 섞여 나오지 않지만 대장이 감염되면 점액이 많이 섞여 나온다. 잦은 설사로 인해 탈수증에 빠지기 쉬우며, 이 때문에 전신쇠약을 호소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3~4일 정도 지나면서 자연 회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는 소아나 노인은 치료가 잘 되지 않아 만성장염으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을 보이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장염은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며, 매년 여름철마다 문제가 되는 급성은 또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구분된다. 흔히 식중독으로도 불리는 감염성 장염은 다시 세균성 장염과 바이러스성 장염으로 분류된다. 세균성 장염은 병원성 대장균, 장염 비브리오, 살모넬라 등 세균에 감염된 음식에 의해 발생한다.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장아데노바이러스 등에 의한 바이러스성 장염은 공기 중 호흡기를 통해서 감염되거나 손을 통해서 감염된다. 반면 폭식, 폭음, 식중독 등 음식에 의해 발생되는 장염은 비감염성이다.

세균성 감염에 의한 장염은 대부분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바이러스성 장염은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는 대증요법이 전부다. 로타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은 예방접종을 통해 사전예방이 가능하지만 다른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은 없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베체트병과 같은 염증성 만성장염은 몸의 면역체계 이상으로 장 점막이 지속적으로 파괴되면서 발생한다. 이 같은 만성장염은 6개월 이상 소장이나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20~30대 젊은층 위주로 발병률이 높다. 세균성, 바이러스성 장염과 같은 급성장염과 달리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만 염증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장, 생식기, 간 등과 같은 장기에도 문제를 유발한다.

서울특별시 북부병원 내과 정훈 과장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장염은 발병 후 1주일 정도 약 복용과 함께 식이관리만 잘해도 쉽게 완치가 될 수 있지만,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에는 항생제를 사용해도 낫지 않고, 오히려 항생제가 장내의 유익한 세균까지 파괴해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면서 “만성장염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증상의 호전이 없다면, 정확한 진단 후에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급성 장염에 걸렸을 때는 하루 이틀 정도는 금식하는 게 좋다. 변의 묽기를 관찰해가면서 음식을 섭취해야 하며 유동식(보리차)→전유동식(미음)→연식(죽)→경식(소화 잘되는 일반식) 순으로 식이관리를 해야 한다. 부식으로는 부드러운 채소, 흰살 생선, 반숙란 등이 추천된다. 장의 운동을 촉진하는 채소류와 발효되기 쉬운 식품, 유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위생 상태를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음식조리 전후, 그리고 식사 전후에도 꼭 손을 씻어야 한다. 음식의 경우 80도 이상 온도에서 1분 정도 가열해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도 4도 이하로 보관해야 세균증식을 막을 수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