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자동차 연료 계통 부품 국내 1위 업체인 코리아에프티 품질 관리 직원들이 지난 3일 경기 안성시 원곡면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안성 = 김낙중 기자 sanjoong@munhwa.com

지난 3일 경기 안성시 원곡면 공도기업단지 내 코리아에프티(Korea Fuel-Tech Corp·KFTC)의 생산공장. 친환경 자동차 부품인 ‘카본 캐니스터’와 경량화 부품인 ‘플라스틱 연료주입관(필러넥)’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카본 캐니스터는 자동차 연료 탱크와 기화기에서 발생한 유증기를 포집해 엔진으로 다시 보내주는 부품으로 KFTC가 1987년 처음 국산화에 성공했다. 카본 캐니스터가 없으면 자동차 연료 유증기가 대기 중에 그대로 방출돼 대기 환경 오염원이 된다. 플라스틱 필러넥은 연료 주입구에서 연료탱크까지 연결하는 파이프로, KFTC가 1993년 철강 소재를 플라스틱 소재로 바꾸면서 무게를 1㎏ 이상 줄였다. 역시 국내 최초였다.

친환경과 자동차 경량화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핵심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KFTC는 이 두 가지 화두를 풀어내는 자동차 연료 시스템 전문 국내 1위 업체다.

KFTC는 안성·죽산·경주 등 국내 3곳의 공장과 중국·인도·폴란드 등 해외 공장에서 자동차 핵심 부품과 자동차 유리 자동 차양막(선셰이드·sunshade) 등 200여 개가 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KFTC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성장의 궤를 같이해 온 330여 개 1차 협력업체 중 한 곳이다. 1987년 현대차가 카본 캐니스터를 일본 업체로부터 개당 1만 원대에 수입할 때, KFTC는 현대차의 지원과 협력 속에 자체 개발해 절반 가격에 납품했다. 선셰이드 역시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외국 업체의 특허 기술을 피하면서 개발에 성공해 1세트당 20여 만 원에 달하던 단가를 절반가량 줄였다.

부품 단가가 낮아지자 현대차는 완성차 가격을 내릴 수 있었고, 판매량은 증가했다. 이는 부품 업체의 주문량 증가로 이어지며 수익성이 덩달아 향상됐다.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KFTC가 연간 400만 개 이상 생산하는 카본 캐니스터 한 품목의 수입대체 효과만 지금까지 1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그룹은 KFTC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7년 KFTC는 폴란드 공장을 건설하면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게 됐다. 이때 현대차그룹이 30억 원을 무담보로 지원해 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현대차 체코 공장은 KFTC의 폴란드 공장에서 품질 좋은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KFTC가 글로벌 부품 회사로 성장한 데에는 현대차그룹의 ‘통큰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 협력사와 독점적 거래를 원했다. 부품업체와 공동 개발하는 신차 기술 등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관행을 처음 깨뜨린 기업이 현대차그룹이었다.

오원석 KFTC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다른 완성차 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장려했다”며 “협력업체의 성장이 현대차그룹에 이익이 된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고, 부품 협력업체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회상했다. KFTC는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외에 GM, 르노, 피아트 등 전 세계 20여 개 자동차 관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임호균 이사는 “부품 공급선이 다양화되고, 기업의 수익이 향상되면서 현대차그룹과의 신뢰 및 협력관계가 더욱 굳건해졌다”며 “이제는 현대차그룹의 남양연구소와 우리 회사 연구소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부품 및 신차 연구개발 정보를 공유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KFTC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친환경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용 고성능 캐니스터와 3차원 플라스틱 필러넥, 차세대 선셰이드 개발 등을 공동연구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이 해외 공장 진출 시 동반진출을 모색하는 등 협력관계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인사 및 품질 관리, 재무 컨설팅 등 선진 경영기법 노하우 등을 전수해 주고 있다.

안성 =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