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국사(國史) 교과서의 좌(左)편향 서술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현대사학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31일 공동 개최하는 ‘교과서 문제를 생각한다: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회의에 앞서 29일 공개된 발표 논문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천재교육·금성출판사·미래엔·교학사 등이 발행한 검정 중학교 국사 교과서를 분석한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교과서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헌법적 가치가 아니라 특정 사상적 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고,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며 개탄한다. 다른 학자가 분석한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상당수의 좌편향도 마찬가지다. 그런 교과서로 오염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올바른 대한민국관(觀)을 갖기는 어렵다.

일부 교과서의 왜곡·좌편향은 황당한 수준이다. 1945년 8·15 해방 직후 미국과 소련의 한반도 신탁통치에 대해 좌익이 당초 반대하던 입장을 갑자기 찬성으로 선회한 이유까지 왜곡하고 있다. 소련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을 외면한 채 “임시정부 수립에 의의를 뒀기 때문”이라며 좌익을 옹호한다. 1948년 8월 15일의 대한민국 건국 과정조차 오도한다. 북한에는 이미 1946년 2월 실질적으로 김일성 정부가 수립됐다는 엄연한 사실을 숨기고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수립하려는 움직임’을 강조하는 식이다. 북한 경제의 실패 원인을 세습 독재와 극단적인 폐쇄체제 등이 아니라 ‘원조 중단’ ‘자연 재해’ 등 외적인 요인으로 돌리기도 한다.

학생들이 정확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게 하는 일은 국가적 책무다. 그동안 교육계 안팎의 지적과 우려에 따라 일부 걷어내긴 했지만, 아직도 왜곡·좌편향 내용이 수두룩한 현실을 방치해선 안된다. 개선이 시급하다. 역사관 형성에 결정적 시기인 중·고등학생 개개인은 물론 국가의 미래까지 그르치는 당대의 죄책을 더 늦기 전에 씻어내야 한다. 교과서 검정 시스템부터 전면 재점검·재정비해 왜곡·좌편향 내용을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