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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상태를 사람들은 소화불량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악성종양과 같은 질환이 원인이 되어 소화가 안 되는 것과 소화불량을 구분한다.

전문의들은 여러 검사를 통해 위궤양 등의 특정 질환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식후 복부 불편감, 위 뒤쪽의 심와부 통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에 한해 기능성 소화불량 또는 소화불량이라 정의한다. 현재 위장병을 호소하며 종합병원을 찾는 환자의 절반에서 3분의 2 정도가 그 같은 기능성 소화불량 환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화불량은 유전적·환경적·정신 사회적 여건과 위산의 비정상적 분비, 식사, 생활습관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생긴 위십이지장 운동 이상과 내장 과민증 등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소화불량의 주범으로 꼽힌다. 음주와 흡연 역시 소화불량을 낳는다. 음주는 위장점막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거나 위장 통과시간에 영향을 줘서 기능성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유발한다. 또한 흡연은 위산의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점막의 혈액순환에 지장을 초래해 위점막 손상을 일으키고 소화불량이나 소화성궤양을 유발한다.

최근에는 소화기의 장기가 아닌 갑상선의 기능 이상이 소화불량을 야기하는 사례도 종종 보고되고 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경우 대사가 저하되어 장 운동이 느려지면 변비가 생기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의 경우에는 반대로 대사가 항진되어 장 운동이 빨라져 설사를 자주 한다. 그리고 항진증이나 저하증 환자 모두에게서 역류성 식도염이 많이 발견된다.

또 일부 환자들은 속이 쓰리고 신물이 넘어오는 역류성 식도염을 단순 소화불량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수가 있는데 나중에 식도암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역류성 식도염은 위와 식도 사이의 하부 식도 괄약근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것으로 초기에는 제산제 등의 약으로도 충분히 치료가 될 수 있다.

한편 현대에 들어와서 특히 소화불량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신체활동 감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은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신체활동량이 줄었다. 반면에 고칼로리 음식은 많이 섭취해 비만인구가 증가하게 되었다. 그런데 비만은 위식도 역류질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복부 불편감이나 심와부 동통의 빈도를 증가시킨다.

소화기능이 떨어지면 몸의 면역력도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으나 소화불량과 면역력 감소와의 관계는 증명된 바가 없다. 다만 소화불량증 환자에서 복부 불편감이나 심와부 동통으로 인해서 음식 섭취량이 감소하게 되고 영양상태가 안 좋아질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이 몸의 전반적인 상태 및 면역력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또 위장 조직 안의 복잡한 조직들에 면역계와 신경계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면역력과 소화기능이 관련 있다는 추정은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소화불량의 진단과 치료는 우선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 등을 통해서 기질성 질환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 같은 검사에서 별다른 병변이 없는데도 증상이 발생한 지 6개월 이상 경과하고 3개월간 식후 복부 불편감, 심와부 동통 등의 증상이 계속됐을 경우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한다. 치료는 음주, 흡연, 음식 등 증상을 악화시키는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운동기능항진제 등의 다양한 약을 처방한다.

김지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서울대의대 교수는 “고지방식은 기능성 소화불량과 관련성이 있다는 보고가 많으므로 고지방식을 피해야 하겠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비만을 예방하는 것이 소화불량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며 “어떤 음식이 본인에게 소화불량 증상을 유발하는지 파악해서 소화불량의 원인이 되는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