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꿀벌 보호를 위해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살충제 3종을 2년간 한시적으로 금지하기로 29일 결정했다. 살충제 성분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돼온 네오니코티노이드는 꿀벌 신경계를 손상시켜 개체수를 급감시킨 물질로 지목돼 왔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중 공식 발표를 거쳐, 늦어도 12월 1일 이전부터 2년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3종의 판매와 사용은 물론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을 코팅 처리한 종자의 판매 및 사용 역시 금지할 예정이다. 단 꿀벌의 수분 활동과 무관한 농작물의 경우에는 살충제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

앞서 지난해 EU 27개 회원국들이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금지 여부를 투표에 부친 결과, 15개국만 찬성표를 던져 가결 조건인 ‘조건부 다수(Qualified Majority·총 345표 중 25표)’를 총족하지 못했다.

당시 영국 등 8개국이 반대표를 던졌고, 4개국은 기권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종 결정이 집행위로 넘겨졌고, 29일 위원회는 2년 한시 적용을 붙여 규제 결정을 내리게 됐다. 토니 보르그 EU 보건담당집행위원은 “에코시스템의 핵심이자 유럽 농업 부문에 연간 220억 유로 규모의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는 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금지 반대에 앞장서는 이유로 “실험실 연구 결과를 실제 농업에 적용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일부 연구자와 농업 종사자들도 네오니코티노이드와 꿀벌 개체수 급감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꿀벌 개체수 감소 원인으로 살충제 이외에도 지구온난화, 전자파,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지목돼 왔다.

독일의 화학제약사 바이엘 크롭사이언스 역시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안전성이 입증된 물질”이라면서 “EU 금지로 인해 유독성이 더 강한 살충제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EU 결정을 비판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이 기업 로비에 좌우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는 EU의 이번 조치가 나오기 이전에 이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자국 내 사용을 금지한 상태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