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계저축률(개인순저축률)은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달했던 1969년 7.8%를 기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경제적 풍요로 인해 미국민들 대부분은 스스로 ‘중산층’으로 여겼고, 저축률도 1960년대에 7∼8%를 유지했다.

미국의 저축률은 아랍 산유국들이 석유를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기름값을 대폭 올린 1970년대의 오일쇼크에도 떨어지지 않았다. 1차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3년 미국의 저축률은 10.5%였고, 2차 오일쇼크가 일어났던 1979년에도 8.8%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저축은 미국 경제의 소비와 투자를 이끄는 주요한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베트남 전쟁의 패배와 사회혼란, 세계경기 부진, 오일쇼크 등이 맞물려 인플레이션이 증가하면서 침체상태에 들어갔다.

1981년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자유방임주의 부활을 통해 경제를 재건하고 군비확장을 통해 ‘미국의 부활’을 외쳤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정부 지출 감소와 감세, 저금리의 보수주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로 미국 경제를 다시 회복시켰고 임기말인 1988년의 저축률도 6.9%를 유지했다. 레이거노믹스는 경제회생을 불러 왔지만, 대량감원과 빈부격차, 사회복지문제 등 많은 문제를 양산했다.

특히 1990년대부터 빈부격차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미국 저축률은 1993년에는 5%대로 하락했다. 1990년대를 이끌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경제 회생에 주력했지만 한번 떨어진 저축률을 다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여파 등으로 미국의 저축률은 1998년 5.3%에서 1999년에는 3.1%로 추락했다. 지난 2005년에는 미국의 저축률은 1.6%까지 급락했다. 금융위기가 몰아친 2008년에는 불안감을 느낀 미국민들이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5.4%로 ‘반짝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다시 내려가 지난 2012년에는 3.9%에 머물고 있다. 저축은 과거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힘이었지만 지속적인 하락으로 현재는 성장동력으로의 역할이 축소된 상태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