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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서강대 경제학부 교수·경제학

새 정부의 경제 관련 첫 번째 정책이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이라는 사실은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가 거시경제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는 정부의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이번 4·1 대책은 금융·세제·규제 완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망라한 종합대책일 뿐 아니라,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특히, 공공부문의 분양주택 공급 물량을 줄이고 민간의 공급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은 매우 적절한 접근이다. 리모델링의 수직 증축을 허용한 것도 전향적이다.

향후 주택시장의 반응은 이번에 발표된 많은 대책이 국회 입법 과정을 거쳐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실행될지와 주택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주택 가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반전(反轉)시킬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전반적인 경기회복 속도도 관건이다.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세제 지원을 통한 매입수요 창출이다.

주택 거래는 연쇄적인 이동을 뜻하므로 원활한 거래가 이뤄지려면 규모와 가격대별 상향 이동과 하향 이동, 그리고 임차(賃借)와 자가(自家) 보유 사이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기존주택 매입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 조치는 이런 점에서 아쉽다.

우선, 감면 대상이 1가구 1주택 보유자로부터 사는 경우로 한정돼 사고 싶은 집의 주인이 다른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주택 규모와 가격에 대한 조건이 추가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주어진 예산으로 어떤 위치와 어떤 규모의 주택을 구입할지는 소비자의 처지와 취향에 따른 선택인데 규모는 국민주택 규모인 85㎡ 이하여야 하고 동시에 가격은 고가 주택의 기준금액인 9억 원 미만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거래 정상화의 취지에 맞지 않다. 또한 주택을 파는 사람이 다른 주택을 사려고 할 경우에도 선택의 제약을 받게 된다. 더구나 중대형일수록 하락폭이 큰 것이 현실이다. 정책의 취지를 살려 최소한 규모 제한을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

거래세인 취득세 감면을 6개월 더 연장하는 것도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한시적인 세제 혜택은 시장의 반응을 무디게 만들고 적용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 쏠림 현상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 현 정부 임기 내에서 거래세와 보유세를 포함한 주택 관련 세제의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이번 대책의 또 하나 중요한 축은 보편적 주거복지의 확대다. 특히, 현행 저소득층 주거급여 제도를 주택바우처 제도로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방안은 큰 진전이다. 바우처 제도는 지원 대상 가구들의 주거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비해 비용 대비 편익이 큰 정책 수단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바우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저렴한 소형 주택이 충분히 공급돼야 한다.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연간 11만 호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과거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효과의 평가와 건설 및 유지비,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감안해 공급 목표를 다시 한번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민간부문에서 임대가 가능한 소형 주택이 많이 지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끝으로, 좀더 긴 호흡에서 보면 인구 구조의 변화와 시장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에 대응할 주택정책의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1가구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입각한 세제와 규제,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절에 수요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택공급 규칙, 집값 상승을 전제로 유지돼 온 전세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지원 등 낡은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증요법식의 시장 대책을 넘어선 발상의 전환과 함께 국회와 여론을 설득할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