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장달중 교수가 지난 25일 파워 인터뷰에서 북핵 전면화와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등 전환기에 들어선 한반도정세를 분석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외교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장달중 교수는 국제정치 에피소드의 보고(寶庫)다. 해외자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국내외 정·관계 인사들과 학자들을 만나는데 장 교수를 따라갈 정치학자가 드물다. 인터뷰 도중 그가 밝힌 ‘수프 외교’가 압권이었다.

장 교수에 따르면 그는 우리 외교부 인사들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에 나온 수프가 뭔지를 아느냐고 질문했는데,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당시 통일부 장관이던 김하중 전 주중대사에게도 물었는데 답이 없더라고 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일본의 수프 외교 일화를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천황이나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때 국빈만찬에서 대접받는 수프 종류를 따집니다. 일본 천황이 중국을 방문할 때의 일인데, 일 외무성 직원들이 중국 측으로부터 만찬 메뉴를 확인해 보니 오징어내장 수프였답니다. 일본 측은 중국 측에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는 제비집 수프를 주지 않았느냐. 바꿔 달라’고 요구했고, 중국이 요청을 받아들였답니다. 하지만 천황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중국 정부가 휘호를 선물로 줬는데, 그게 오랑캐에게 주는 휘호라서 문제가 됐다는 에필로그가 있습니다. 2006년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중국에 갔을 때 또다시 수프가 문제가 됐어요. 일본이 사전 확인해보니 ‘해삼수프’여서 즉각 ‘제비집수프’를 요구했고, 중국은 다시 요구를 들어줬습니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국빈만찬용 수프를 통상 10여 가지로 하던 걸 4가지로 줄인 상태였는데, 제비집이나 샥스핀 같은 고급재료 대신 가장 하급으로 보이는 해삼수프를 거론한 데에 대해 일본 측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거죠. 그 뒤 아베 총리는 댜오위타이(釣魚臺)의 한 방에서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창문 앞에 김일성이 1959년에 식수한 나무가 보이더라는 겁니다. 중국은 일본이 수프전쟁을 벌인데 대해 이런저런 식으로 ‘보복’을 한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