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또 북한과 핵개발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대화를 재개하더라도 과거처럼 핵무기 포기에 대한 대가를 제공하는 ‘주고받기식’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하고 핵우산 등을 통해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7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가 개최한 ‘미국의 대북정책’ 청문회에 출석한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무엇보다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모든 핵무기 폐기를 약속했던 9·19 공동성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핵우산, 재래식 전력, 미사일방어(MD)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억지력을 확인해 왔다”고 강조했다.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지원을 전제로 하는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나쁜 짓을 하지 않고 협상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 보상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남북관계와 북한 인권상황이 지속적으로 나아지지 않는 한 북·미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비스 특별대표는 “북한이 이웃국가들을 상대로 도발하는 것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면서 “유엔 국가들이 지금까지 채택한 결의를 완전하고 투명하게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로버트 조지프 전 국무부 차관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오늘날 북한은 스스로 핵강국이라고 선언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이미 최고의 핵 확산 위협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현재로서는 북한의 무기가 미국 등 서방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을 늦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북한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