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7일 채택한 4번째 대북제재 결의 2094호는 북한이 더 이상 핵·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WMD)를 생산·수출하지 못하게 제재 ‘그물망’을 더욱 촘촘하게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래식 무기와 WMD 물자에서 금융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제재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고, 사치품 목록까지 새롭게 작성하면서 북한 ‘김정은 정권’도 직접 겨냥했다.

회원국에 준수 의무를 부여, 사실상 국제법적 효력을 발휘하는 ‘결정한다(decide)’로 표현되는 부분도 19차례나 된다. 국제사회에서 최고 강도로 평가받는 대이란 제재에 맞먹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8일 대북제재결의 2094호에 대해 “이번 결의에는 핵·미사일 능력 약화 제거에 집중하는 동시에 국제사회 규범을 어긴 데 대한 처벌적 조항이 들어가 있으며, 북한이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WMD나 미사일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자금을 무기 거래를 통해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북한이 무기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한 것은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숙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가장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라고 밝혔고,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이번 제재의 범위와 폭은 이례적인 것으로, 대북제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2094호는 북한의 WMD 생산·수출 통로를 차단하고 ‘돈줄’을 옥죄는 강력한 종합적 제재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 주민이 아니라 ‘나쁜 정권’을 단죄하는 국제사회의 ‘스마트 제재’ 추세를 지키면서도 사실상 가능한 모든 범위에서 효과적 제재 수단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대이란 제재를 넘어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존 1718·1874호와 차별화되는 지점도 적지 않다. 먼저 의무조항이 대폭 늘었다. 지난 2월 2087호에 ‘결정한다’라는 표현은 1회에 불과했지만, 이번에는 19회로 늘었다. 그것도 물자 금수, 금융제재, 해상 검색 등 핵심적 내용이 회원국 의무사항으로 규정됐다.

또 사치품 목록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한 보석·고급 자동차가 아니라 “진주가 있는 보석제품, 보석용 원석 및 준보석용 원석(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등으로 구체화했는데, 이는 기존에는 보기 드문 ‘김정은 체제’ 고위 엘리트를 겨냥한 ‘맞춤형 제재’다. 사치품 목록과 함께 핵·미사일·화학무기 수출입 금지 품목 8개가 새로 추가됐는데, 기존과 달리 결의에 붙는 ‘부속서’에 담은 것도 색다른 부분이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