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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모 대기업의 고객상담실에서 일하고 있는 A(여·35) 씨는 늘 누군가에게 감시당하는 기분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지난해 초 회사 측에서 악성 고객들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상담실 내에 CCTV를 설치했고 이 CCTV가 상담실뿐 아니라 직원들 책상까지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녹음과 줌(당겨찍기) 기능까지 있는 고성능 CCTV인 탓에 A 씨는 근무가 시작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퇴근까지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 씨는 결국 최근 관련 기관에 상담을 신청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B(여·36) 씨는 최근 직장 상사로부터 근무 태도에 관한 주의를 받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을 줄곧 감시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항들을 이유로 꾸짖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상사는 도난방지를 위해 설치된 CCTV를 통해 직원들의 근무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당했다고 생각한 B 씨는 결국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진정을 접수했다.

최근 범죄예방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이나 업소 등의 CCTV 설치가 크게 늘면서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 사례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CCTV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관련 상담건수는 모두 1798건으로 집계돼 지난 2010년 59건에 비해 2년 새 3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CCTV 관련 상담 증가는 개인 사생활과 관련한 인식 변화도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CCTV 설치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주원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관련 기관에 신고된 국내 CCTV 설치대수는 최근 4년 새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국에 설치된 CCTV는 모두 13만1623대로 2007년의 4만4626대보다 2.9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만3934대로 가장 많았고 경기 2만8276대, 부산 8326대 등의 순이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범죄예방 수요 증가, 행정 편의 등의 이유로 CCTV 활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CCTV의 순기능은 살리면서도 사생활 침해 등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 CCTV 설치,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