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회의는 한국 스포츠 외교의 시험대였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태권도의 정식종목 잔류 여부, 그리고 ‘독도 세리머니’ 박종우에 관한 징계 등 한국 관련 안건 두 건이 끼어 있었죠.

결과적으로 레슬링이 2020년 올림픽부터 채택할 ‘핵심종목(core sports)’에서 제외돼 퇴출 위기였던 태권도는 살아남았고, 박종우는 강력한 경고 조치는 받았지만 동메달을 되찾게 됐습니다.

이런 결정이 나자 여자 레슬링을 일찌감치 집중 육성해 런던올림픽에서 총 7개의 금메달 중 4개를 레슬링에서 따낸 일본레슬링협회 후쿠다 도미아키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태권도와 근대5종에 비해 스포츠외교에서 레슬링이 뒤졌다”고 말했습니다. 후안 사마란치 전 IOC위원장의 아들이자 IOC 집행위원인 후안 사마란치 2세가 국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고, 역시 집행위원인 윌리 칼슈미트(과테말라)는 세계태권도연맹 윤리위원장임을 지적한 것이죠.

그동안 경기력에 비해 빈약했던 한국 스포츠 외교가 일본이 시샘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은 ‘국제스포츠협력센터(ISC·이사장 김용순)’ 창립과 궤를 같이합니다.

한국 스포츠의 지식기반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창설된 ISC는 창립 첫 해 두 차례 콘퍼런스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세르미망 응(싱가포르) IOC 수석부위원장, 위칭궈(대만) IOC 집행위원, 아프리카 출신 여성으로는 최초로 IOC 부위원장 겸 집행위원이 됐고 차기 IOC위원장 후보로도 하마평이 나도는 나왈 엘무타와켈(모로코)이 콘퍼런스에 참석했던 인물입니다.

엘무타와켈 부위원장은 ISC의 주선으로 인하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습니다. 크레그 리디(영국), 르네 파젤(스위스) 집행위원도 지난해 국내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세르미망 응 부위원장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집행위원회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태권도 지지를 요청하는가 하면 IOC와 ISC의 협업 프로젝트는 물론, 국제올림픽아카데미(IOA)와 ISC를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기꺼이 도맡는 등 한국 스포츠의 우군이 됩니다. 위칭궈 위원도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잔류에 관해 조언해 주는 등 ISC 어드바이저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태권도는 적극적으로 변화를 추구했고, 박종우는 징계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진실성을 보인 점이 좋은 결과를 도출한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IOC의 내각’인 집행위원회에 상당수의 친한파를 만들지 못하고, 징계위원회를 이끈 인물이 엘무타와켈 부위원장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창설 만 1년 만에 한국 스포츠 외교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ISC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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