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장수 상원의원인 로버트 버드 전 의원이 의회활동을 하면서 항상 호주머니에 미 헌법 소책자를 넣고 다니면서 참고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판례법(common law)인 만큼 헌법이든, 형법이든 법 자체가 국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배심제도 그래서 도입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우리 법조계에서도 사법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는 ‘법률 용어 쉽게 쓰기 운동’을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원의 국민참여재판제도 확대나 검찰의 기소배심제 도입 논의 등 사법제도에 국민이 참여하는 기회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국민들이 상식선에서 제대로 된 법률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법률 용어 쉽게 쓰기가 선결조건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행 법조문을 보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될 말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라고 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제척, 기피, 작량 감경, 면소 등 별도의 설명을 필요로 하는 용어들이 법전을 대부분 채우고 있다. 이 때문에 법제처가 현재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에게 홍보가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창우 변호사는 20일 “법률용어의 어려움이 서민들로 하여금 법률의 도움을 받기 힘들게 하고 있다”며 “민법만 보더라도 법률행위, 부당행위 이런 식으로 표현하면 서민들은 어떤 행위가 그 같은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는 만큼 일본식으로 된 법률 용어를 한글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