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엔저현상에 대한 유럽권의 비판적 분위기와 반대로 금융 완화를 앞세운 일본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고 공식 표명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1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라엘 브레이너드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 “미국은 성장 촉진과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아베노믹스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일본 재무성과 자주 연락하고 있다며 “(일본이) 구조개혁을 동반한 성장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브레이너드 차관이 아베노믹스를 지지하고 나서자 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한때 전날보다 1엔 이상 떨어진 달러당 94.46엔에 거래됐다. 2010년 5월 5일 이후 약 2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치다. 니혼게이자이는 브레이너드 차관의 발언에 대해 “통화전쟁을 둘러싼 불안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미국 정부로부터 보증문서를 얻은 것”이라며 “엔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브레이너드 차관은 “일본과 함께 주요 7개국(G7)의 주요 합의를 지키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혀 아베노믹스가 지나치게 인위적 엔화 약세에 빠지는 것은 경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국이 이처럼 일본의 금융완화 정책을 지지하고 나선 것에 대해 외신들은 미국이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을 도와 세계경제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이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살 수 있는 경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엔저를 용인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브레이너드 차관의 아베노믹스 지지 발언 이전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지난 6일 데이비드 립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일본 도쿄(東京)를 방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일본 경제재정상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경제가 만정적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2% 물가상승은 적절한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