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긴 시간, 독일 베를린의 한 슈퍼마켓 뒷골목에서 2명의 젊은이가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자전거에 야채와 빵, 초콜릿 등을 싣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이들은 거리의 가난한 부랑자가 아니라 돈 안들이고 음식을 먹는 ‘프리건(freegan)’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들이다.

음식물 쓰레기 증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독일에서 음식물 재활용 운동 ‘프리건’이 확산되고 있다고 7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매년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음식물 중 3분의 1에 달하는 1조 달러(약 1000조원) 어치가 낭비돼 버려진다. 매년 동남아시아와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1인당 6~11kg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하는 데 반해 북미와 유럽은 1인당 무려 95~115kg의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는 등 특히 선진국의 경우가 심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프리건 운동은 ‘무료(free)’와 ‘채식주의자(vegan)’의 합성어로, 유통기한을 넘겨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 중 상태가 괜찮은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는 지난 1990년대 반세계화운동과 환경운동의 일환으로 등장했으며, 최근 미국 뉴욕과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현재 독일에서는 재활용 가능한 슈퍼마켓 쓰레기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웹사이트 ‘푸드쉐어링(www.foodsharing.de)’이 만들어졌다. 베를린과 쾰른을 중심으로 독일 전역의 8200여명이 이 웹사이트에 가입해 음식물이 나와 있는 슈퍼마켓 위치나 수거 가능한 시간을 검색하고 있다.

FAO의 음식물 낭비 방지 정책 전문가인 카멜라 부카타리우는 “개개인은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막기 위해 작은 일 하나씩은 할 수 있다”면서 “독일의 경우처럼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은 최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제 유통기한의 개념은 기한을 넘기면 이용불가능하다는 개념이 아니라 기한을 넘기면 먹기에 가장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개념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