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징후들이 누적되면서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 수일째 지속되는 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북한 외무성이 핵실험 강행을 시사한 지 보름이 지났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마음대로 “버튼을 누르라”고 지시한 시점이 핵실험 ‘디데이(D-day)’라는 정답이야 이미 나와 있다.

‘디데이가 언제냐”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정보당국의 답변은 “김정은 마음속에 스파이를 심어놓을 수도 없으니…”라며 답답해한다. 정보 당국은 일단 “설 연휴(9∼11일) 이후로 넘어가는 분위기”라는 진단을 내놨다.

◆충격파 최고조 시점 강행=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 나름 북한 특유의 ‘택일의 정치학’과 관련한 힌트를 제시했다. 북한의 행태 분석을 토대로 해서다. “남들이 할 것이라고 짐작하는 날에는 하지 않는다” “미군이 한반도에 와서 합동군사훈련을 하는 기간은 피한다” 등이다. 뒤집으면 정치적·군사적·심리적 충격과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시점을 북한이 택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남들이 예상하는 시점은 충격파가 반감되기 때문에 북한이 피할 이유가 가장 많은 날”이라고 설명했다. 또 “300여 발의 미사일을 싣고 와 있는 미군 핵잠수함, 순양함이 훈련하는 중에 도발할 경우 군사적 타격을 당할지 모른다고 북한은 믿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는 지난 4∼6일 동해에서 대잠수함 훈련을 이미 종료했다.

◆배제되는 예상 시점=남은 예상시점은 10일, 12일, 16일, 18일, 25일 직전 등이다. 과거 두 차례 북한의 핵실험 날짜가 미국의 공휴일이었다는 분석 등에 근거해서다. 이번에는 공교롭게도 “예상 시점은 피한다”는 분석에 따를 경우 디데이가 아닐 가능성이 높은 날들이다. 실제로 한·미 정보당국은 미국 슈퍼볼 결승전이 벌어진 4일을 예상하고 오전 내내 안테나를 치켜세웠으나 빗나간 바 있다.

10일은 북한이 2005년 국제사회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핵무기 보유를 처음으로 공개선언한 지 8년 되는 날이다. 12일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담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발표되는 날이며 16일은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일이자 프레지던트데이 기념일이다. 25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로 전후 시점이 예상돼 왔다.

◆장기화 가능성=디데이의 변수들은 이외에도 많다.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중국의 전례없는 압박 때문에 “핵실험 자체를 고민하고 있거나 화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냉각기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른 맥락이지만 “북한은 지금 세계 사람들이 핵실험을 경계하며 자신을 주목하는 상황을 더 즐기려 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좀 이상하다”는 징후도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북한은 실제 핵실험을 도발할 경우 요즘처럼 ‘불바다’ ‘보복’ ‘응징’이니 하는 격한 협박조의 말들을 쏟아내지 않았다”며 “말로 협박하는 행태는 도발이 아닌 평상시에 보였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