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부 돈)을 풀어 집주인(하우스푸어)을 돕겠다면서도 선의의 피해자인 ‘깡통전세자’ 지원 대책은 전무한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주택가격이 집주인의 대출금과 세입자의 전세금을 합친 것보다 적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가지 못하는 세입자인 깡통전세자를 위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당시에도 깡통전세자 지원 대책에 대해 따로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에 따르면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ratio)이 경락가율(주택을 경매로 넘겨서 돈을 건지는 비율)을 초과하는 하우스푸어는 최대 19만 명에 이르고 있다. 집값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경우 약 19만 가구에 전세를 사는 세입자 다수가 깡통전세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당시 집값 하락으로 인해 깡통전세자가 속출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금융당국의 깡통전세자 지원 대책은 철저히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다. 이는 당장 금융위가 박근혜 정부 1호 경제공약인 ‘국민행복기금’ 및 ‘보유 지분 매각제도’ 틀을 짜고,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위는 두 대책 모두 심각한 모럴해저드를 가져올 수 있어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인수위 방침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해당 정책 실행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깡통전세자는 주택시장이 무너지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회적 약자로, 전세금 반환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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