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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10일) 연휴를 앞둔 재계가 정기 상여금과 성과급에서 ‘희비쌍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좋은 실적을 거둔 전자·자동차 업종 ‘전차(電車)군단’ 임직원의 호주머니는 두툼한 반면, 구조조정 폭풍에 휩싸인 증권 등 금융권과 실적이 나쁜 정유 및 석유화학·유통업 등은 조촐한 귀향선물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

특히 SK, 한화 등 그룹 총수 공석으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곳은 아예 상여금 계획조차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는 성과급도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이 회사는 1월말 임직원에게 연봉의 최고 50%에 달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을 지급했다. 전체 영업이익의 70% 가까이를 벌어들인 무선사업부의 경우, 직원도 2000만 원 이상을 한 번에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3년 만에 처음으로 직원별로 100만 원부터 기본급의 250%까지 성과급을 지급하고, 오는 8일 설 정기 상여금도 기본급의 100%를 일률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는 통상급(기본급+수당)의 50%를 설 상여금으로 일괄 지급한다. 여기에 현금 80만 원, 사이버머니 15만 원, 기름값 5만 원, 재래시장 상품권 10만 원을 얹어준다. 기아자동차도 비슷하다. 현대중공업도 설 상여금으로 통상급의 50%와 귀향비 5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반면 증권업계는 부실 지점 및 인력 구조조정으로 보너스는커녕 살아남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은 정유업계는 성과급이 줄거나 아예 없을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본급의 500%에 비해 반토막이 난 성과급을 받는 데 만족해야 할 전망이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올해 성과급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카배터리사업 지연으로 손실을 본 LG화학을 비롯한 화학·유화업계도 설 분위기에 전혀 젖어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과 양판점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경험한 유통업계는 올 1분기 반전을 기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