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중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살인진드기’에 물려 사망한 환자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살인진드기 공포가 드리우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살인진드기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일본도 지난해 가을 사망한 여성(야마구치(山口)현 거주)의 사인이 진드기가 옮긴 신종 바이러스 전염병 때문인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관련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살인진드기를 목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

일명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이 진드기는 현재 학명이나 종 등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피를 빨기 전 크기가 길이 3∼4㎜로 일반 집진드기보다 10배 이상 크고 일본에서는 아오모리(靑森)현 이남 지역 산야에 널리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을 뿐이다.

살인진드기는 ‘중증열성 혈소판 감소증후군(SFTS)’의 원인균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 사망한 여성의 혈액에서도 역시 이 원인균이 발견됐다.

SFTS에 감염된 여성은 백혈구와 혈소판 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발열과 구토, 설사 등 증상을 보이다 감염 1주일 만에 사망했다.

하지만 중국의 진드기 사망 사례에서 발견된 SFTS 원인균은 일본과 유전자 형태가 일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진드기가 두 국가 사이를 이동한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별로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아시아 지역으로의 감염 확산을 우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생김새 등을 통해 이 진드기가 ‘참진드깃과’에 속하는 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진드기는 흡혈성 거미류 기생충의 한 종류로, 각종 피부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참진드깃과에 속하는 진드기가 25종 정도 서식하고 있는데 살인진드기는 그중 8종과 생김새가 유사하다.

신이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질병매개곤충과 연구관은 “국가별로 진드기 서식 종이 급격하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주변국끼리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중국과 일본에 서식하는 진드기는 웬만하면 한국에서도 볼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도 살인진드기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살인진드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각종 질병을 옮기는 참진드기가 4종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종은 라임병을, 나머지 각 1종은 진드기매개뇌염, 일본홍반열을 감염시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쓰쓰가무시병 또한 진드기의 일종인 ‘털진드기’를 통해 감염된다. 쓰쓰가무시는 ‘작고 위험한 생물’이란 뜻으로, 바로 진드기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국내 감염병 환자 9만3119명 중 9.3%(8632명)는 쓰쓰가무시병 환자로 전체 감염병 중 빈도수 4위를 기록할 만큼 쉽게 감염되는 질환이다. 라임병의 경우 지난해 8월 국내 첫 환자가 나왔다.

진드기는 전 세계에 약 4만 종 이상이 있고 대부분 자유생활을 하며 인간에게 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종이 기생생활을 하며 각종 병원체를 옮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 풀숲이나 경작지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큼 어린이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은 야외활동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성인들도 풀숲에 눕는 등 직접적인 노출은 피해야 한다.

집안에 사는 ‘집먼지진드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집먼지진드기는 실내 집먼지 속에 살면서 사람의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 등을 먹는데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등을 유발한다. 집먼지진드기는 다습한 환경에서 왕성하게 번식하기 때문에 실내 습도를 낮추고 이불과 소파 등을 자주 세척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진드기에 직접 물리지 않더라도 원인균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 등과 접촉해도 감염될 수 있다”면서 “풀숲 등에 장시간 머물지 말고 집안을 청결하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