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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오리털 100%.’

시중 유명 백화점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흔하게 접하는 다운 점퍼 광고 문구다. 하지만 다운 점퍼를 구입할 때는 ‘천연오리털’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솜털’과 ‘깃털’의 혼합률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솜털과 깃털의 혼합률에 따라 촉감, 보온성, 착용감 등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오리, 거위 등의 우모(羽毛) 중 깃대가 없고 곱고 부드러운 부위를 솜털(down)이라고 부른다. 깃털(feather)은 이와 달리 깃대와 붙어 있는 부위를 뜻한다. 솜털의 혼합률이 높을수록 보온성능과 착용감이 좋아지고 겉감 손상 가능성이 낮아진다.

이와 관련,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은 제품 판매 때 솜털과 깃털의 혼합률을 명시토록 하고 있다. 일례로 ‘90/10’으로 표시한 경우 솜털의 함량은 90%, 깃털은 10%라는 뜻이다. 문제는 혼합률 표시를 확인하는 소비자가 거의 없는 데다 이마저도 믿고 샀다가 속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국내외 주요 ‘패스트패션’ 브랜드 1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망고’ ‘미쏘’ ‘자라’ 브랜드 제품의 경우 실제 솜털 함유율이 표시된 수치에 못 미쳐 관련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라 남성용 제품의 경우 솜털 함유율을 30%로 표시했으나 20.8%에 불과했다. 망고 여성용 제품의 솜털 함량은 90%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로는 86.4%로 나타났다. 75%로 표시된 미쏘 여성용 제품은 72.4%로 미달됐다.

솜털, 깃털의 부풀어 오르는 정도인 충전도의 경우 한국산업규격(KS) 권장기준에 미달된 제품도 ‘포에버21’ ‘코데즈 컴바인’ ‘미쏘’ ‘자라’ ‘유니클로’ ‘갭’ 등 7개에 달했다. 이 밖에 솜털, 깃털의 함량에 따라 ‘솜털제품(75% 이상)’ ‘솜털 및 깃털 혼합제품(50% 이상)’ ‘깃털제품(50% 미만)’이라고 제품을 구분하고 표시해야 하나 이를 지킨 제품은 ‘유니클로’ ‘미쏘’ 등 2개에 불과했다.

유의할 점은 솜털과 깃털의 혼합률이 보온 성능을 100%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혼합률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솜털의 충전량 자체가 적어서 보온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니클로’ 다운 점퍼의 경우 솜털 혼합률은 90.2%에 달하나 충전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온 성능은 경쟁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솜털 혼합률을 높인 ‘초경량 다운 점퍼’가 인기를 끌고 있으나 보온성에 미치는 요소는 솜털의 혼합률 외에도 충전량, 겉감 두께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