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와 애플 아이OS(iOS)로 양분되던 스마트폰 플랫폼 시장이 분화 조짐을 보이면서 ‘스마트폰 멀티 플랫폼’ 시대가 열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국 구글과 애플에 종속돼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회사나 전 세계 이동통신회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핀란드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에 660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매출 80억4500만 유로, 영업이익 7090만 유로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루미아 판매량은 440만 대에 달했다. 당초 노키아가 지난해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던 증권가의 예상을 여지없이 깬 것이다.

노키아의 깜짝 실적과 관련,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구글·애플 양강 구도가 깨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키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났듯 MS의 윈도폰 OS는 양강 구도를 깰 가장 유력한 후보로 뽑힌다. ICT 분야 전통의 강자 MS가 모바일 시장 공략을 위해 절치부심 끝에 만든 게 바로 윈도폰 OS이다.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등이 주도한 리눅스 기반의 스마트폰 OS ‘타이젠’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체 OS ‘바다’도 타이젠과의 연동을 통해 타이젠 진영에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회사들은 멀티 OS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OS(iOS)를 사용하는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지금까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OS가 늘어날수록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구글과의 OS 관련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삼성전자와 대만 HTC는 지난해 윈도폰 OS 탑재 스마트폰을 출시한 바 있고 삼성전자는 올해 초 타이젠 탑재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통신회사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아이폰 인기를 앞세운 애플의 횡포에 고통을 당한 데다, 점점 힘이 커져가는 구글에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회사들이 같은 값이라면 애플과 구글의 대항마인 윈도폰 OS, 타이젠 OS 등을 의도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