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6년간 재판관으로 재직하면서 다른 재판관에 비해 3배 가까이 외유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재판관이 정치권에 후원금까지 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이 후보자 관련 의혹들이 계속 불거지면서 헌재 내부의 반발 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2006년 9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재판관으로 재직하는 6년 동안 총 9차례에 걸쳐 11개국으로 해외 출장을 다녔다. 2008년 12월 미국 출장을 시작으로 2009년 9월 몽골, 11월 독일·체코로 해외 출장을 간 데 이어 2010년 2월에는 일본, 6월에 프랑스·스위스, 7월에 인도네시아, 10월에 중국 등 한 해 동안 무려 4차례에 걸쳐 5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011년 5월 중국과 2012년 4월 폴란드·루마니아에 다녀온 후 같은 해 9월에 퇴임했다. 재판관들이 통상 2년에 한 번씩 사법 외교 차원에서 특정 국가의 초청이나 학술대회 및 국제회의 참석차 해외 출장을 가는 것을 감안하면 이 후보자의 해외 출장은 상당히 잦았던 셈이다. 헌재 관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관들의 경우 정기적인 국제연수 등은 2년에 한 번꼴로 가거나 그보다 적게 나간다”며 “이 후보자의 경우 본인이 해외에 가는 걸 좋아해서 직접 만들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10년 프랑스 파리 출장 시에는 부인을 동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재판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7년 정치권에 후원금 10만 원을 내기도 했다. 또 다른 헌재 관계자는 “재판관이 정치권에 후원금을 낸 것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행태로 인해 헌재의 일부 연구관들 중에선 이 후보자 반대 연판장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내부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일부 재판관들은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상·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될 정도로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성을 엄격하게 따지는 독일의 사례를 들어 이 후보자 인준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1일 퇴임하는 이강국 헌재소장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헌재소장의 자질 및 임명 절차 등에 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2007년 대학 동창에게 정치후원금 약 10만 원을 낸 기억이 난다”며 “해외 출장 부분은 공식 일정대로 이뤄졌고 구체적인 일정이나 활동사항에 대해서는 청문회 때 얘기하겠다”고 해명했다.

이현미·박수진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