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종교인 소득 과세 방침에 대해 종교계는 다양한 반응을 나타냈다.

우선 1994년 천주교주교회의에서 세금을 내기로 결의하고 교구별로 성직자들이 소득세를 부담해온 천주교는 ‘소득이 있으면 법에 따라 과세하고 성직자는 이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8일 “법인으로 등록돼 있는 교구별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직자 갑근세를 납부해왔으며 현재는 모든 교구가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교계는 아직 정리가 안 됐다며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한 의견 표현을 조심스러워했다. 조계종 총무원 관계자는 “과세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종교계 차원의 논의 과정이나 준비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계는 조계종 총무원 소속 스님 등 소수의 스님을 제외하면 소득세 과세대상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인 과세 방침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종교인 과세에 앞서 사찰과 교회 등의 수입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종교법인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신교의 대표적 교단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홍보실장인 강석훈 목사는 “NCCK는 원칙적으로 종교인 과세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관계자는 이날 “재정부의 의지는 알겠지만 아직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령안이 입법예고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기총의 공식 입장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은 지난해 3월 “교회로부터 목회자가 받는 돈은 근로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홍 목사는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원론적으론 반대하지 않지만, 기독교계 실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단지 여론에 등 떠밀려 졸속 적용해선 곤란하다”고도 했다.

일부 대형교회 성직자들이 종교인 과세에 부정적이지만 국민의 의무인 납세를 드러내놓고 반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도 선결과제 해결을 앞세운 조건부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불교계나 개신교계에선 성직자를 현대 자본주의 노사관계에 따른 노동자로 간주하고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도 존재한다. 또 종교인 및 종교시설의 수입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재정부가 추진 중인 종교인 과세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영창 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