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인 과세’ 쪽으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소득세 외에 각종 종교시설 수익사업의 과세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종교단체들이 영업용으로 운영하는 빵집, 카페 등과 미술관, 공연장, 사무실 임대 등 각종 수익사업에 쓰이고 있는 종교시설들에도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종교단체에서는 수익금을 재활사업 등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 있어 세금징수는 부당하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종교인 과세 방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종교시설에 대해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교회,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은 모두 9만 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성직자는 36만5000명에 헌금액수는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그동안 교회, 사찰과 같은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에는 재산세 등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논란이 돼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6월 서울 강남구가 관내 종교 및 복지시설 등의 복지성 사업에 수익이 발생했다며 재산세를 추징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강남구청이 앞서 두 달간 ‘비과세 대상 부동산 이용실태 감사’를 벌이고, 소망교회 등 10곳과 밀알복지재단 등이 부당하게 부동산 재산세 등을 감면받은 사실을 적발해 5억여 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부과한 것. 당시 강남구청은 “종교단체라고 할지라도 실질적인 영리를 취할 수 있는 사업을 운영하면 반드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세금을 추징했다”고 설명했다.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어떤 수익사업이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논란이 됐던 강남구청을 제외하면 서울시의 다른 구청 중 이미 종교단체 운영시설에 대한 세금징수가 이뤄지고 있는 곳도 있다. 오륜교회, 명성교회 등이 있는 강동구청이나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있는 영등포구청의 경우 세금납입이 잘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수익사업을 벌이는 종교시설에 대한 과세문제에 대해선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종교인 과세 방침을 계기로 일선 자치단체와 종교단체들이 조정을 통해 과세에 대한 세부시행 규칙을 마련한다면 종교시설 과세가 전국 종교시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