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규하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책상.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국무총리 임명장을 받는 사진, 달력을 잘라 만든 메모지 등이 눈에 띈다.

‘1953년 구입한 선풍기, 꿰매 쓴 보료, 달력을 잘라 만든 메모지….’

최규하(1919∼2006) 전 대통령이 1973년부터 별세할 때까지 30여 년 거주했던 마포구 서교동 467-5번지 ‘최규하 대통령 가옥’의 전시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 지난 11일 찾은 최규하 가옥에서는 몸에 밴 검소함이 물씬 풍겼다.

현관을 열고 들어선 거실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은 이 집에 이사올 때부터 계속 사용한 낡은 장식장이다.

1970∼1980년대 흔히 볼 수 있었던 장식장은 보존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손때는 일부 벗겨냈지만 40년을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났다.

장식장 외에도 집 안 곳곳에서는 최 전 대통령의 검소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응접실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선풍기는 딸 종혜 씨가 태어나던 해에 구입한 것으로 2006년까지 줄곧 사용했다.

최 전 대통령은 에어컨이 있었지만 이 선풍기를 애용했다고 한다. 응접실 서랍장에는 최 전 대통령이 종로구 명륜동에 살 때부터 이용하던 자개 담배함도 있다. 애연가였던 그는 다리가 떨어져 나간 이 담배함도 평생 사용했다.

2층 서재 책상에는 달력을 잘라 만든 메모지가 놓여 있다. 또 서재 안석(案席·보료의 등받이)에는 부인 홍기 여사가 천을 덧대 꿰맨 흔적이 역력하다.

꼼꼼함도 눈에 띈다. 지하 1층 방에 모아둔 가방에는 최 전 대통령이 직접 가방에 넣어 둔 물건을 기록한 천이 붙어있고,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녀와 손주들이 보냈던 편지들도 그대로 나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 전 대통령 집에는 한번 물건이 들어오면 바꾸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며 “1970년대 중산층이 거주하는 가옥에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물건들이 모두 있어 생활사적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시는 유족들과 협의를 거쳐 내년 봄에 공식 개관, 일반 시민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글·사진 =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