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생명을 걸고 세종시를 지켰다”(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이제 와서 숟가락 들고 달려들지 말라”(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제18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2일차인 28일 박 후보와 문 후보 등 주요 대선 후보들이 중원인 충청에서 맞붙었다. 선거전 초반 유력 후보가 같은 지역에서 만난 것도 예사롭지 않지만, 이 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두 후보 측의 공방 역시 시퍼렇게 날이 서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대선 총 선거인(유권자) 4052만6767명 중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 등 충청지역 선거인수는 410만8539명으로, 전체 선거인의 10.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두 후보의 신경전이 치열한 이유는 지난 1987년 민주화 이후 5차례의 대선을 거치면서 ‘충청을 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는 게 일종의 철칙처럼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로 대통령 직선제가 확립된 뒤 치러진 5차례의 대선 결과를 분석해 보면 충청 지역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 사례는 단 한 차례(1987년 13대 대선)밖에 없다.

하지만 이후 치러진 4차례의 대선에서 충청의 선택은 곧 국민의 선택이었다. 1997년 15대 대선(한나라당 이회창, 국민신당 이인제)과 2002년 16대 대선(한나라당 이회창), 2007년 17대 대선(자유선진당 이회창) 등 3차례의 대선에 충청 지역에 연고가 있는 후보가 출마했지만 충청 지역에서는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 정서는 통하지 않았다.

특히 2002년 16대 대선은 충청 표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선거였다. 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48.91%의 득표율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46.58%)를 2.33%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두 후보 간 표차는 57만980표에 불과했다. 이 중 25만6286표가 충청 지역에서 발생한 격차였다. 당시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내걸었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주효했고, 그에 따른 충청 지역에서의 승리가 노 후보의 승리에 결정적인 디딤돌이 된 것이다.

행정수도는 이후 우여곡절을 거치며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로 바뀌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이 지역 표심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지원특별법 처리 무산을 놓고 민주당이 박 후보를 공격하고, 박 후보가 이에 맞서 조속한 법안 처리를 약속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