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단일화 룰 협상에서 여론조사 문구를 두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안 후보 측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이라는 표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문 후보 측은 “야권 후보로 적합한 인물”이라는 문구를 선호하고 있다.

안 후보 측 송호창 선거대책본부장은 20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일단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는 방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그런 표현이 들어가야 할 거고 그런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하락세라는 평가가 있지만 박근혜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가정할 경우에는 아직 문 후보에 비해 비교 우위를 지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과거 노무현-정몽준, 유시민-김진표,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모두 사실상 적합도가 반영될 수 있는 문구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며 “야권 지지자를 상대로 조사를 하면서 적합도를 묻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는 양 후보 주장의 절충안으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가 채택됐다. 경쟁력을 묻는 문구였지만 질문이 길어 마지막 부분만 들으면 야권 후보 적합도 조사로 들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안 후보 쪽에서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중 누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보나’는 식으로 표현을 단순화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 측에서 문·안 후보와 박 후보의 양자대결을 각각 조사해 그 차이를 비교하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